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번역 관련 책 중에서 가장 핵심만 요약한 다이제스트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해, 내가 번역에 대한 세미나를 한다면 이 책으로 골격을 잡은 후 여러 예시를 들 수 있겠다.

그동안 읽은 번역 책들의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얇고 가볍다. 얇은 이유는 예시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에 자세한 책을 읽었던지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너무 간단히 아는 상태에서 다른 책은 지루해했을테니까 말이다.

캐주얼한 번역에 대한 책은 이로써 거의 다 읽었고, 이 다음은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읽을 차례다. 예를 들어, ISO 표준에 대한 것이나 번역학에 대한 전문서적들이다. 원래 없던 목표인데, 기술번역에 대한 세미나를 한 번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올해 말에 한 권 정도는 더 번역을 해도 좋은 경험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번역은 외국어 실력에서 시작하여 한국어 실력에서 완성된다. [10p]

위의 문장은 서론에 나온 말이다. 둘 다 어설퍼서 내가 번역을 할 깜냥이 되는지 걱정이 된다. 더 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해야겠다.

위기 관려 능력이란 미련 관리 능력이나 욕심 관리 능력인 셈이다. [20p]

주제를 잘 선택하자는 말이다. 원본을 잘 잡아야 번역도 잘된다. 원본에 ‘삘’이 꽂히지 않으면 안하는게 낫겠다.

말이 원뜻과 다르게 변질되어 쓰이도록 만든 사회풍토와 제도를 나무라야지 애먼 용어를 탓하면 안 된다. 비판하고 제안하자 그러면 후손들은 더 좋은 표현을 보고 배운다. [74p]

번역자는 늘 보편적인 표현을 궁리해야 한다. 그래야 번역문이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 [81p]

위의 문장은, 아마도 이 책에서 건진 가장 값진 문장이다. 시간을 빠르게 훑는 기술번역이라도 후손들이 더 좋은 표현을 보고 배울거라는 사명감을 가져야겠다.

항공기 조종 견습생에게 계기판은 혼잡하고 두려운 대상이지만 능숙한 조종사에게 계기판은 복잡할 뿐 혼잡하지 않다.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모르면 혼잡하고 두렵지만 알면 복잡하더라도 두렵지 않다. [98p]

위 문장은, UX 관점에서는 좋지 않은 표현일 수 있지만 사실은 사실일게다. 내가 만드는 수 많은 툴도 사실 뭐…나만 편한 경우가 많다. 나 혼자 숙련자이기 때문이다.

“번역은 사랑과 비슷하다. 무엇이 사랑인지 아는 건 어렵다. 그러나 무엇이 사랑이 아닌지 아는 건 어렵지 않다.” (translation is like love; I do not know what it is, but I think I know what is not) [141p]

피터 뉴마크(Peter Newmark)라는 사람의 ‘번역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우주는 ‘집 우, 집 주’처럼 동의어를 나열한 게 아니라 각기 공간과 시간을 가리키는 동격인 상대어 모음이다. (…) 문장 성분 사이의 격이 자연스럽게 맞추어진 글은 대개 믿을 만하다. [163p]

내가 이 책을 본 후 실제 번역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본 이후로 우리말:우리말, 한자어:한자어 처럼 격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활발한 비판도 일어난 것이다. 전에 쓰인 적 없는 한국어 표현을 처음 만드는 건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어려운 일이다. 좁은 문으로 가겠다고 다짐한 번역자는 그 짐을 기꺼이 떠안는다. 성심껏 한국어로 옮긴 번역자의 모자란 지식은 동료 번역자나 꼼꼼한 독자가 채워 주면 된다. 그렇지만 외국어를 그대로 두거나 엉뚱한 외국어로 바꿔치기하면 욕을 먹어도 싸다. [175p]

이 책의 저자가 자주 쓰는 표현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거다. 번역을 일이나 직업이 아닌 도를 닦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번역문을 첨삭하면서 관형격 조서 ‘~의’가 제대로 쓰였는지 유심히 본다. 외국어 투 문장을 양산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182p]

일본어 투 표현인 ‘~에 있어서’는 한국어 문장에 어울리지 않는다. [188p]

주어를 강조하려면 대개 조사 ‘이/가’를 붙이고 술어의 내용을 강조하려면 ‘은/는’을 붙인다. [189p]

나는 ‘~의’ 사용을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편이므로 다행이지만, 나의 단점은 ‘~에’로 잘 못 쓸 때가 종종 있다.

번역자는 원문을 수없이 읽어 본 사람이므로 독자에겐 훌륭한 선생이거나 안내자다. (…) 좋은 번역자는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글을 쓰며, 가벼운 표현에 무거운 메시지를 담는다. (…) 번역자는 독자에게 3~4백쪽 본문 내용을 서른 줄로도 설명할 수 있고, 서너 줄로도 요약해 줄 수 있어야 한다. [251-252p]

번역자의 역할에 대해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건축가 정기용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건축가로서 내 관심은 원래 거기 있던 사람들의 요구를 공간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그는 훌륭한 번역자였다. [262p]

번역자란, 넓은 의미로는 글에서 글로 옮기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직업에서 하나의 의미를 다른 의미로 은유하여 옮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상적인 표현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좁은 의미든 넓은 의미든 어떤 번역자로 남게 될까.

Power BI로 유저 리텐션 간단히 알아내기

Power BI는 Microsoft에서 만든 데이터 분석/시각화 도구입니다. 데이터 덩어리를 간단한 조작으로 조합하여 데이터 간 연관성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리텐션이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지를 의미합니다. 처음 사용한 후 다시는 안오면 리텐션은 0%이며, 처음 사용한 사람 100명 중, 다음 날 20명이 재방문했으면 ‘일간 리텐션 20%’라고 말합니다. 웹서비스 통상적으로는 특정 서비스를 사용해 본 이후 30일 내에 적어도 한번은 더 사용해 본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고 하는군요. 한편, 첫날 사용 후 바로 다음날 사용 비율을 가장 중요하게 따지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Power BI를 사용하여 어느 서비스의 로그에 사용자ID와 타임스탬프만 있다고 할 때 리텐션을 간단히 시각화하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보게 됩니다.

powerbi11

참고로 이 글은 저의 Power BI 포럼 질답을 정리한 글입니다. 원글 링크는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community.powerbi.com/t5/Desktop/I-have-timestamp-and-userid-how-do-I-get-number-of-users-for/td-p/101086

이 글은 다음의 순서로 되어있습니다.

  1. Power BI Desktop 설치
  2. 데이터 준비하기
  3. 데이터 가져오기
  4. 데이터 연결하기
  5. 시각화 하기

1. Power BI Desktop 설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Power BI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 데스크톱: 대량의 데이터를 가져와서 조합하고 시각화한 후 내 계정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 윈도우앱: 업로드한 정보의 보여주기용으로 사용됩니다. 회사에 큰 터치스크린 키오스크가 있을 때 이 앱을 이용해서 보기 좋은 통계 페이지를 내걸 수 있습니다.
  • 웹: 간단한 수준의 데이터 조작과 시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보다 강력하진 않습니다.

여기서는 데스크톱을 이용해서 다루겠습니다. 다운로드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powerbi.microsoft.com/ko-kr/desktop/

2. 데이터 준비하기

이 글에서는 아래와 같이 방문 로그가 쌓여있다고 가정합니다.

유저ID………타임스탬프
1……………..2017-01-01
23……………2017-01-03
23……………2017-01-03
76……………2017-01-03
23……………2017-01-05
27……………2017-01-05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로그 형태로, 유저 23번처럼 동일한 유저에 대한 이벤트가 여러번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저23번은 1월 3일 두 번, 5일 한 번 방문했다는걸 알 수 있네요! 이 결과를 아래와 같이 출력하고 싶습니다.

사용시간…………….이용자 수
2일 이용자…………….12 명
3일 이용자………………5 명
5일 이용자………………3 명
9일 이용자………………1 명

나중에 위의 표를 그래프로 그리면 흔히 보는 리텐션 그래프가 나오겠지요. 즉, “1일차 대비 2일차 이용자는 70% 감소한다” 같은 통계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CSV 파일로 데이터를 준비했고, 이를 엑셀로 열면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Power BI는 SQL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해서 여러 소스를 지원하므로 틀만 만들어놓으면 거의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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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3. 데이터 가져오기

우리가 알고 싶은건 ‘하루 단위의 유저 리텐션’이지만 우리에게 있는 데이터는 ‘하루에 여러번 방문’한 기록이므로 ‘하루에 여러번 온 유저는 한 번으로 취급’하기 위해 일별 그룹핑을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별 중복없는 유저ID‘를 얻게 됩니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데이터를 불러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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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면에서 위 그림처럼 냅다 데이터 가져오기를 누릅니다. CSV 파일을 선택하면 간략한 데이터를 보여주는데 여기서 아래 그림처럼 ‘편집’ 버튼을 눌러서 일별 그룹핑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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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핑은 다음과 같이 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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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말은 무슨 뜻이냐면, ‘해당 날짜에 속한 기록끼리 모아줘. 그 다음 각 날짜에 동일한 이름표 붙은 기록은 하나로 퉁쳐줘’라는 뜻입니다. 확인을 누르면 아래 그림처럼 ‘개수’라는 새로운 열이 만들어집니다. 몇 개 기록을 하나로 퉁쳤는지 그룹핑 결과를 보여주는 값인데 우리는 사용하지 않을겁니다. 이제 좌상단에 ‘닫기 및 적용’을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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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데이터 연결하기

각 날짜에 어떤 유저ID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면, 이제 각 유저ID가 몇 일 몇 일에 출현했는지를 셀 수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2일 출현한 유저들, 4일 출현한 유저들끼리 묶으면 ‘몇 일 사용한 유저가 얼만큼이다‘라는 값을 얻을 수 있겠지요.

다시 한 번 동일한 데이터를 불러봅시다. 이미 한 번 가져왔던 데이터는 ‘데이터 가져오기’ 버튼 오른쪽에 있는 ‘최근 소스’ 버튼을 누르면 원클릭으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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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화면이 뜨면, 이전과 같이 ‘편집’을 눌르세요. 이제 UserId 열에 우클릭을 해서 ‘중복 제거’를 하고, Date 열은 우클릭해서 삭제합니다. 이 데이터 이름은 UserIds 라고 합시다. 좌상단에 ‘닫기 및 적용’ 버튼을 눌러서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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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메뉴를 누르면 아래 그림과 같이 두 테이블이 연결되어있다고 보여줄거에요. 뭐 별 의미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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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번째 메뉴로 와서, 아래 그림을 참고하여 새 열을 추가해보세요. 함수로 아래와 같이 입력합니다.

DaysUsed = CALCULATE(COUNTROWS(Logs))

참고로, 위의 함수에서 Logs는 처음 부른 데이터 이름입니다. 데이터 이름은 언제든 수정할 수 있어요.

powerbi7

새로 추가한 열은 각 유저가 몇 일 사용했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데이터를 해석하면, 우리가 7일치 데이터를 가졌을 때 결과로 7이 나온다면 그 유저는 7일간 매일 사용한 셈입니다. 1은 가입 직후에만 써보고 6일간(어쩌면 영원히) 사용 안한 것이지요. 데이터 한 번이 1이므로 0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 데이터 정리는 끝났습니다. 정리하면, 첫 데이터에서 일별 그룹핑을 하고, 두번째 데이터에서 UserID를 고유하게 만든 후에 각각이 일별로 출현한 횟수를 셈한 것입니다.

5. 시각화하기

이제 마지막입니다. 우리는 ‘몇 일 사용한 유저가 몇 명인지‘를 그래프로 그릴 것입니다. 마우스만 움직이면 됩니다.

첫번째 메뉴에서 아래 그림처럼 설정해보세요. 시각화에서 막대그래프를 선택하고 두 개의 값만 드래그앤드롭하면 끝입니다!

powerbi10

각 그래프에 마우스를 올려보면 정확한 숫자도 나옵니다. 첫째날과 둘째날은 각각 6339, 2574네요. 계산해보면 첫 날 대비 둘째 날 유저는 약 40.6% 잔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번외: 통계의 함정

이 글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분명 여기까지 안읽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

정확한 의미의 유저 리텐션은 아닌데요. 원래 유저 리텐션은 ‘얼마나 오랜기간 사용하는가’를 중요시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기간 내 몇 번 사용했는가’를 따진 것이므로 적확한 통계가 아닙니다. 즉, 다음날 한 번 사용하고 그 후로 떠나도”2″, 5일간 안쓰다가 6일째 한 번 사용한 날도 “2”로 찍히죠.

그러므로, ‘User Activity Frequency’ 정도가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데이터를 첫날 가입 기준으로 Date 값을 +1일, +3일 정도로 만든 후(offset 처리죠)에 이 글의 기법을 적용하면 가입 이후 일정 기간동안 몇 일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에 소개된 기법으로 알 수 있는 정확한 의미의 유저 리텐션은 2일간의 데이터여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3일이 되는 순간 몇 일에 안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2일짜리로 데이터로 구하면 값은 둘 중 하나죠 – 1 또는 2입니다. 이를 통해 2일차 잔존율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2일간의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값집니다! 왜냐하면 서두에 인용했듯, 웹서비스는 2일차 잔존이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는 이에 따라 정해진 반감기를 가지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지요.

이상입니다.

카피책

서점에서 충동구매했는데, 의외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정철 님의 책으로, 앞으로 한 권은 더 사서 읽고 싶어졌다. 우리 서비스는 대화를 하는 서비스다. ‘바로’라는 부엉이 아바타가 있고 이를 통해 유저들이 친밀감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 이를 만드는데 많은 영감을 얻었다.

상품을 보지 말고 그 상품을 사용할 사람을 보십시오. [213p]

참 당연한 말인데 이 관점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다름을 느낀다.

기억해두십시오. 소비자가 가장 열광하는 건 사랑도 우정도 애국도 애족도 애향도 아닌 내 이익입니다. [235p]

위의 말은 사실이다. 나는 우리 서비스가 한없이 착해빠진(?) 서비스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앞으로 좀 더 직설적으로 다이얼로그를 생각해야겠다.

단발은 그럴듯한데 캠페인으로 묶기 어렵다면 미련 없이 포기하십시오. 캠패인으로 엮을 수 있는 아이디어만 생산하겠다고 생각해버리십시오. [313p]

사용자에게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를 주려면 동일한 콘텍스트를 꾸준히 심어줘야 한다. 이번 강의실 기획에 이에 대한 내용을 넣어야겠다.

피플웨어

이 책은 번역품질이 아주 나쁘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아주 나쁘다.

역자 자신이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번역 품질이 안좋고 ‘클린 코드’ 같은 유명한 책도 번역했는데 안읽어봤지만 서점가서 먼저 한 챕터를 다 읽은 후에 판단을 해야할 것 같다. 여하간, 이 두께에 이 좋은 내용이 이렇게 읽기 어렵도록 직역이 넘치게 번역된 것은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번역품질에 비해 내용은 아주 훌륭하다. 특히 스타트업이 겪고 해볼만한 많은 것들을 제안하는데, 오히려 큰 조직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겠다. 왜냐하면 큰 조직에서는 어차피 본인의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고 행동범위에도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문 중 예를 든 ‘주변 유명 샌드위치 가게 요리사를 데려와서 사무실 안에서 카트를 마련하고 서빙했다’는 것을 S그룹 과장이 실천하기에도 의견개진하기에도 어렵지 않겠나.

어쩌면 뻔하고 뻔한 이야기만 나열된 ‘일본 아날리스트들의 트렌디한 비즈니스 도서’와 비슷하다고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은이는 단지 인용이 난무하고 그럴싸한 논리만 말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실험과 검증과 분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만큼 좀 더 객관화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건축 관련 도서를 많이 읽어서인지 이 책에서 공간에 대한 내용이 나의 주의를 끌었다. 우리 회사는 밖과 안으로 나뉘어있는데 공교롭게도 퇴사자는 매우 높은 확률로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통계가 꼭 이 책에 나온 여러 설명과 일치하는지는 모르지만, 연관성이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성을 강요하는 문화는 관리자가 불안하다는 증거다. 자신감이 있는 관리자는 팀원들이 머리를 자르든 넥타이를 매든 신경 쓰지 않는다. 관리자의 자긍심은 팀원들의 성취에만 좌우된다. [122p]

그동안 일하면서 복장 개념 없기로 유명했는데 이에 대해서 나에게 코멘트 하는 리더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세대의 기술은 다음 세대의 환경이다. [141p]

다음 세대의 레거시…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단어가 나와서 좀 놀랐다. 좋은 말이다.

호손이펙트(Hawthorne effect): 환경변수와 생산성을 연구하는 중, 조명을 낮추자 생산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조명을 꺼버리면 생산성이 하늘을 찌르겠다고 추측했다. 사실 조명 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 뭔가 변경되는 자체가 중요했다. [233p]

위 부분은 내가 이 책에서 건진 가장 유쾌하고 의미있는 내용이다.

혼돈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피해갈 방법은 없다. (…) 인간 감정의 흥미로운 특징은 혼란이 힘겨웠을수록 새 상태를 더 가치 있게 인지한다. 물론 목표에 도달했을 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사티어 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혼란이 변화의 중요한 단계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269p]

사티어 변화 모델은 기존 상태가 이질적인 요소에 의해 혼란이 만들어지고 이를 사고 전환을 통해 실행과 통합을 거치면 새로운 상태에 도달한다는 사회 조직의 진보과정에 대한 모델이다.

대단히 자발적인 성취가를 데려왔다면 “업무를 직접 정의하십시오”라는 조건만으로도 충분하다. [299p]

내가 이 유형에 속한게 아닐까 진지하게 공감했다. 어느 조직에 있든 일을 찾아서 만들어내고 해내는 것이 내가 잘해왔던 것이고 이를 나의 커리어 무기로 하면 어떨까?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알고 기술을 만들 줄 아니까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자발적 성취가’ – 내가 품고 싶은 키워드다.

성심당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2시간 동안 한 흐름에 읽었다. 그만큼 빠르고 쉽게 읽혀서 좋다.

나는 원래 이런 책을 좋아한다 –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

원래 이 책은 사자마자 읽은 프롤로그에서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서 읽을 맛이 확 사라졌는데 그 부분을 꾹 참고 넘어가니 한 번에 읽을 수 있었다. 다행이었달까. 비현실적인 부분은, 빵집이 불에 활활 타고 있는데 주인은 현장에서 벗어나 성당에 가서 무릎꿇고 기도했다는거다. 이게 사실이었다면 믿음이 어마어마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글쎄. 미화된 것이든 사실이든 그것은 책 전체의 스토리에는 별 영향이 없으니 넘어가자.

나에게 성심당은, 대전에 잠깐 있던 몇 년전 서울 올라올 때마다 KTX 역에서 ‘판타롱 부추빵’을 하나 사서 열차 안에서 야금야금 먹었던 추억이 있다. 나는 튀김소보로는 별로 입에 안맞더라.

이야기를 가진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다. (…) 이야기를 중심으로 임직원들은 단합하고, 같은 비전과 목표를 공유한다. 또한 이야기는 기업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자기만의 문화를 가진 기업은 시장 안에서도 독자적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p25-p26]

책의 1장 시작에 나오자마자 주옥같은 내용을 건져서 기분이 좋았다. 이 문장이 하나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회사는 다른 유사 서비스보다 풍부한 이야기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튀김소보로를 먹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p84]

학생들도 우리 서비스를 써 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뉘기를 바란다. 우리 기술, 우리 서비스, 우리의 진심을 접해본 학생과 아닌 학생으로 나뉠 정도로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있기를 바란다.

성심당의 인상깊은 점은, 지역에 대한 사명감이 대단하다는거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아서 존경스럽다. 그까짓 지역이 뭐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 역시 한 지역을 넘어, 한 나라, 한 대륙(동아시아)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뭐든 작은 지역 부터가 시작이 아닐까도 싶다. 가끔 O2O 스타트업을 보면 서초구/강남구 등 구단위 부터 출발하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해 ‘어느 세월에’라는 생각보다는 ‘결국 해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기로 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질질 눈물이 날 때가 여러번 있었다. 재미난 점은, 이 책은 그런 최루성 내용이 전혀 없이 우여곡절을 꽤 담담한 필체로 적어나가고 있다는거다. 어쩌면 비행기 기내가 워낙 건조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아이고 왜이리 눈물이 날까’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봤는데 어쩌면 이 책에서 이룬 많은 내용들은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어떤 포인트들을 자극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평생직장을 만들고 싶던 꿈이라거나, 한 지역(또는 한 국가)의 아이콘을 만들고 싶던 꿈이라거나, 아주 차별화된 한가지를 만들고 싶던 꿈이라거나, 그것이 온전히 하나의 책으로 나오는 꿈 같은거 말이다.

여전히 나는 그것들을 이루고 싶다.

지적자본론

2017년 새해 첫 독서. 책은 얇고 작아서 빠르게 읽힌다.
문득 어디선가 추천사를 읽었고 독서 목록에 기록해뒀다가 서점에 갔을 때 눈에 띄는 위치에 있어서 집어들었다.

성공을 거둔 작가가 다소 투박하지만 직접 타이핑쳐서 쓴 듯한 문장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만든 CCC, 츠타야 서점, T포인트 모두 가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다만 이 기획자(책에서는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가 바라보는 몇가지 지향점은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나 역시도 기존부터 주장해왔던 것을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상품은 용도만 충족하면 되었다. (…) 세컨드 스테이지는 인프라가 정비되고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플랫폼에서 상품을 선택하고 그 플랫폼마저도 넘쳐난다. (…) 서드 스테이지는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50p]

위의 문장에서 지금은 세컨드 스테이지 같다. 서드 스테이지를 위해서 개발자들은 추천 엔진(suggestion algorithm) 같은걸 연구하는데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본다. 보통 이런저런 ‘제안하는 로직’만으로 인공지능/머신러닝을 말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그 분야의 아웃사이더를 담당자로 앉히는 경우가 많다.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 [71p]

우리 회사는 교육에 아무 관심없어 하거나 천대시(?)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보통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자주 내는데, 나는 그런 의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랜드 파워는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지 않는다. (…) 지적자본을 고객가치로 전환시키지 못하면 (…) 보물을 손에 움켜쥐고 썩히는 꼴이다. [131p]

올해 내가 회사에서 가장 주력할 분야다. 이 책은 금융자본의 시대에서 지적자본의 시대로의 이행을 꾸준히 설파하고 있다. 나 역시 동의한다.

효율과 행복은 다르다. 효율은 확실히 편리하고, 편리는 대부분의 경우 쾌적함을 이끌어 낸다. 단, 쾌적함과 행복은 등가가 아니다. (…) 어쩌면 효율과 행복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지적자본이 대차대조표에 실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141-142p]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나는 제품에서 주구장창 상쾌함을 추구해왔고 그것은 분명 효율만 생각하거나 트렌디한 것과는 다른 궤에 있다.

 

 

장사는 전략이다

앱서비스나 음식점 장사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1. 누군가가 와서
  2. 슬쩍 보거나 몇십분 이용해보고
  3. 나가서 다시는 안오거나 또 온다.

그런 점에서 역사가 오래된 음식점 장사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책은 많은 영감을 준다. 이 책에서 건진 아이디어 또한 많다.

덧붙여, 과거에 ‘샘앤파커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쁜 일들이 있었다는 글을 접했다. 소비자의 1인으로서 악덕기업의 물건에 대해 불매하는 행동을 종종 하지만, 책은 정말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책은 옥시나 남양 같은 대체품 서너개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닌 지식 그 자체이며 지식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