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번역

번역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학습을 하고 싶어서 서점에 가서 책을 찾던 도중 집어든 책이다. 두께는 적당히 두툼한 수준으로, 416페이지 정도다. 대상 독자는 번역을 직업이자 전공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로, 어찌보면 내용은 번역학 개론이기도 하다.

저자는 꾸준히 ‘커뮤니케이션 번역’,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번역가’라는 표현을 쓰는데, 번역자의 역할을 매우 능동적인 위치로 두고 있다. 저자와 시간차이를 두고 있는 또다른 저자의 위상과도 같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을 준 장은 ’22장. 독자를 낚는 그물을 짜는 기술: 표층결속성’과 ’26장. 혼돈 속에서 탄생한 질서: 한국어의 기둥 은/는’이다. 22장은 문장을 시각화한 것이 인상깊고, 26장은 구정보/신정보로 나눈 후 그에 따라 단어와 절의 배치를 가르친다.

또한 이 책의 가치는, 무엇이 좋은 번역이고 어떤 글은 왜 안읽히는지에 대해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표를 제시하면서 각 번역문에 대해 비교한 것은 글을 보다 논리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우리가 이런 작업을 대화에서 능숙하게, 어려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해낼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에서는 그러한 피드백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글은 혼자 쓰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자기 생각을 늘어놓으면 저절로 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기나 개인 블로그에 끄저이는 단편적인 감상 같은 것들은 물론 그렇게 써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에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246p]

블로그를 열심히 하면 뭔가 글쓰기가 나아질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번역은 언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목표 독자를 바꾸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번역이란 가상 독자를 바꿔 글을 다시 쓰는 작업이다. 이것이 바로 번역이다! [296p]

글에서 거의 유일하게 느낌표를 사용한 문장이다.

화제는 동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글의 전개 방향을 알려주는 깃발과도 같다. [154p]

이 책에서 배운 내용 중 가장 많이 배운 주제가 있다면 화제어, 구정보/신정보다.

원래 이 책을 읽은 후 ‘번역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내용을 배워서 (마치 한 학기 강의를 들은 것처럼) 한동안 말랑말랑한 내용의 책을 읽어야겠다.

이 책을 읽은 후 문제라면, 기존에 취미로 하던 번역에 대해 한 문장도 쉽게 나가지 못하는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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