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마을

이토록 멋진 마을

이토록 멋진 마을

후지요시 마사하루 저 / 김범수

행복도 1위, 초중생 학력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 대졸 취업률 1위···,
세계 최고, 일본 제일이 수두룩한 마을 후쿠이 심층 리포트!!

이 책 《이토록 멋진 마을》은 인구 79만 명의 작은 지자체 후쿠이현이 일구어낸 기적 같은 자력갱생 생존모델을 탐구한 심층 리포트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에 대해 오랫동안 탐색해온 저자는 독보적인 발전과 진화를 이끌어온 후쿠이의 역사와 일상, 행정과 경제, 독특한 교육 방식, 토착민과 외지인·노인과 젊은 세대가 어울려 만들어…

 

어느 신문에서 소개한 글을 읽고 호기심이 들어서 읽은 책이다. 조직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꽤 도움이 될거라 기대했다.

책은 전체적으로 ‘어느 지방도시의 성과보고서’ 같은 인상을 깊게 받는다. 왜냐하면 어디나 명암이 있기 마련인데 너무 잘 돌아가는 내용만 적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여지는 통계는 무척 인상적이다. 교육, 맞벌이, 출산 등등 각종 수치에서 1~2위에 드니까 말이다. 이 정도로 인상적인 통계의 도시는 실제로도 결점이 그만큼 적을지 그만한 도시에서 안살아봐서 궁금하다.

“행복과 희망은 얼핏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행복한 사람은 지금 상태를 언제까지라도 이어가고 싶어한다. 그에 비해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 때 우리는 희망을 느낀다. (…) 행복에 ‘계속’이 필요하다면, 희망은 ‘변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184p]

나는 행복과 희망 둘 다 꽤 높은 수준인데, 그건 내가 그저 낙관적인 성격이라 그런 것도 같다. 가만, 나는 낙관적인 사람인가? 사실 나의 워딩과 사고회로는 꽤 비판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이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둘을 구분한다. 엄밀히 말해서 나는 비판적인 낙관주의자다.

지역에 있는 유망한 중소기업을 가드닝 하듯 육성하기로 한 겁니다. 풀뿌리 기업인 셈이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행정 쪽에서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게 아니라 성장이 유망한 기업 자체를 목표로 한다는 것입니다. [198p]

풀뿌리 육성.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다. 내가 예전에 기획했던 인턴쉽 프로그램은 꽤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데, 뭘 하든 오래하지 못한게 아쉽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은 특정 기업에 지원하는걸 꺼려하는데 이 책은 좀 더 적극적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팁스(TIPS) 등 좀 더 선택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 할 만 하다.

우선 정보 제공을 지원했다. 이를 테면 신용카드사가 소유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상상하면 된다. [198p]

지자체가 스타트업을 지원할 때 무엇을 지원하는가. 데이터를 지원했다는건 정말 새롭다. 우리나라는 지자체의 데이터 중심의 사고가 너무 부족해서 걱정이다.

아이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 교사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246p]

마찬가지로, 유저에 대해 말하지 않는 회사는 성장하지 않는다.

사회로 나갔을 때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세계화와 초고령화에 따라 사회체제가 변하는 건 불가피하다. 그런 사회에서 좀 더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힘은 바뀐 세상에 맞게 생각하고 그 사고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다. [251p]

우리 회사가 잘했던거라면, 언제든 오랫동안 깊이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거다. 그것이 좀 더 다각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줬다.

진보하기 위해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한다. [259p]

IT 분야는 시행착오를 강요한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 수록 시행착오에 대해 마냥 너그러워지진 않아서 한편으론 두렵다.

숙제라는건 아무 발견도 없고 탐구도 없습니다. 그저 공부를 반복하는 겁니다. 했던 것을 또 하는 일이죠. 그러나 숙제는 중요한 것을 가르쳐줍니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겁니다. 재미없는 것을 부지런히 계속하면 좋은 성적으로 나타난다, 부지런함이 결과를 말해준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닫는 겁니다. [269p]

위의 문장이 이 책에서 가장 ‘건진 문장’ 이다. 아…내가 이 문장을 학생 때 알았다면 숙제 하나하나를 더 정성껏 하지 않았을까?

Advertisements

문구의 모험

문구의 모험

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 저 / 김병화

“우리에게는 이 작고 사소한 물건들이 필요하다
더 커다란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 편리함을 넘어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가져다준 작지만 위대한 도구들의 역사

소박하고 겸손한 도구이자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담고 있는 물건.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책상 서랍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거나 회색빛 ‘사무용품’의 세계로 유배되는 문구류들.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이 잊혀진 존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책상 위에서, 셔츠 윗주머니에서,…

 

나는 문구류를 좋아한다. 좋아하는게 지나쳐서 2003년에는 문구류를 다루는 회사를 만들 정도였다 (나는 창업자 셋 중 하나였다). 지금도 매주 금요일 퇴근길은 대형서점을 가는 날이고, 교보문고 보다 핫트랙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곤 주말에 동네에 있는 반디앤루니스에 또 간다.

서점에서 몇 장 읽어보고는 흥미로워서 산 책이다. 그런데 다 읽는데 좀 힘들었다. 왜냐하면, 너-무 잡학다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국사책을 한 장씩 읽는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국사는 재미있지만 특정 에피소드가 재미있는거지 국사책을 한 장씩 읽는게 재미있는건 아닌 것 처럼.

책은 각 문구 카테고리의 연대기를 정리한 책으로 불펜의 역사, 형광펜의 역사, 클립의 역사 등을 아주 자세하게 풀어놨다. 내가 처음 몇 장 읽을 때 흥미로운 기분이 든건, 파란만장한 연대기의 일부만 보았기 때문이었을거다.

이 책의 번역은 별5개로 하자면 별3.5개 정도라고 생각한다. 문장은 온전하지만, 과도한 서양식 말장난 개그를 있는 그대로 번역해서 몰입감도 웃음도 이끌지 못하고 ‘내가 번역서를 읽고 있구나’라는 이질감이 크게 다가온다. 사실 이런 직역투보다 큰 문제는 화폐를 파운드로 표기해서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번역 외에 책 자체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라면, 삽화가 적다는거다. 특정 문구류가 어떻게 생겼는지 말로 풀어쓰는데 그게 내 머릿속 ‘내가 살면서 보아온 문구류 이미지’에서 뒤적거리느라 힘들었다. 그게 어쩌면 이 책을 읽는데 흥미가 점점 떨어져서 힘들게 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삽화가 충실해지면 어른들을 위한 흥미잡학사전에서는 분명 제 역할을 할거라고 생각한다. 작자의 노력(덕력?)이 무척 대단하다는건 확실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연필깎이는 문자 그대로 연필에게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그것을 죽이기도 한다. 내가 알기로는 결혼도 그렇다. [148p]

위 문장은, 결혼에 비유하다니 재미난 표현이다.

학생들에게 “마약을 하기에는 너무 근사해 (too cool to do drugs)”라는 구호가 인쇄된 연필을 나누어주었다. 그런데 연필이 짧아지면서 “마약을 하면 근사해(cool to do drugs)”로 바뀌어버렸다. 그 단체는 구호를 반대 방향으로 인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연필이 짧아져도 “너무 근사해(too cool)”라는 구절이 되었다. [151p]

위는, 무척 웃으며 읽었던 문장이다.

극히 드물게 예외는 있지만 테크놀로지는 죽지 않는다. 그것과 생물 종의 차이가 이것이다. 생물 종은 장기적으로는 소멸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테크놀로지는 관념에 기초한 것이며, 문화는 그것들의 기억이다. 테크놀로지는 잊히더라도 부활할 수 있고 기록될 수 있기 때문에(갈수록 더 나은 수단으로 기록된다) 무시되지 않을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영원하다. [348p]

뭐, 나는 기술자지만 테크놀로지가 영원하다고 생각도 안하고 영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테크놀로지는 유기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리 안하면 늙고 병들고 이내 소외당하다 죽게 되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에서 스큐어모픽적 요소가 점차 사라지고 더 단순하고 더 평평한 디자인이 들어서면서 실제로는 물리적인 것이 오히려 더 크게 인정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353p]

과거를 존중하려면, 과거를 모방해서 사람들을 익숙하게 하기보다는 완벽한 단절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디자인 어프로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못된 건축

못된 건축

못된 건축

이경훈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
시민의 행복을 가로막는 서울의 대표 건축과 도시 건축의 조건에 대하여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 우리는 살면서 늘 어떤 건물에 대해 말한다. 차창 밖의 빌딩이나 동네의 신축 건물, 언론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건물들에 대해 한마디씩 평한다. 가령 광화문 광장, 서울 시청이 생겼을 때도 그랬고 최근 DDP를 둘러싼 논란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무슨 기준으로 건축을 평하는 것일까? 단지 외향이 멋있거나 노출 콘크리트와 하이테크 기법으로 만들면 좋은 건축일까? 많은 사람들과 전문…

 

건축 관련 책만 10권 정도 읽었다.

건축 주제의 책이 프로그래머인 나에게 주는 감흥이라면, (1) 나 혼자 잘만든다는게 아닌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게 한다거나 (2)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좀 더 긴 호흡으로 생각하게 한다거나 (3) 현대의 기술이 미래에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 등등 무언가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경험하는걸 만든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무엇보다도, 건축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재미라면 이제는 건물을 볼 때 간판이 감춰놓았던 건물의 온전한 모양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거다. 실로 다양한 모양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된 나는 거리를 걸을 때 볼게 많아져서 좋다.

이 책은, 이 전에 읽은 책 빨간 도시와 합본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동질감이 있다. 빨간 도시가 총론이라면, 이 책은 각론이랄까. 우리나라의 배려 없는 건축물들이 도시와 문화를 망치고 있다는 주제 하에 두 책은 각자의 논리를 펼친다.

빨간 도시가 좀 더 철학적인 접근을 하면서 예시를 든다면, 이 책은 “떠든 놈 너! 너! 나와”라고 하듯 건물 몇 개를 콕 찝어서 샅샅이 분석한다.

세상의 모든 형태는 세 가지 유형에서 기원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자연의 유형이다. (…) 둘째는 시계, 자동차 같은 기계적 원리가 표출되어 만들어내는 인공적, 기계적 형태다. (…) 그러나 이 두 가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 번째 형태 요소가 있는데, 바로 도시다. 도시는 분명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만은 없는 유기성과 생명을 가지고 있다. [72-73p]

이 책은 건축물 하나하나를 비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동체를 살찌우는 도시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례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쇼핑몰’이라는 말이 대형 매장보다는 전자상거래를 통칭하는 용어로 먼저 익숙해진 것이 흥미롭다 [151p]

아하! 그렇구나.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 인터넷이 너무 빨리 좋게 깔려서 그런가보다.

전원도시가 저밀고층이라면, 고밀저층의 건축이 도시적 해법이다. [214p]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건물은 가급적 인도에 가깝게 열지어 있어야 한다는거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치안의 역할도 하고 조명의 역할도 하고 소상공인의 터전이 되기도 하고 걷고싶은 거리가 되도록 한다는거다.

땅콩집은 개량 한복이다.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개성 있는 삶의 공간을 누려보겠다는 의지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사례이며, 전통적인 주거 공간을 우리 시대에 맞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225p]

땅콩집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저자는 땅콩집이 아파트의 대안이지만 이 역시 울타리를 쳤다는 점에서 공동체를 살찌우게 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한다.

혹자는 신이 죽은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종교를 대신한다고 한다. 그럴 지도 모른다. 미술관과 음악당은 교회를 대체했다. 공연이 예배를 대체하고, 시민들은 문화 예술 시설에서 모이고 만나며 교류하고 헌금을 낸다. 유럽의 옛 귀족들이 교회에 기부했듯, 현대의 부자들은 오페라하우스 벽면에 자기 이름을 새기기 위해 기부를 했다. [248p]

예전에 읽은 책에서는 도시의 쇼핑몰이 중세시대 교회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가고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책에서는 미술관과 음악당이라고 주장한다. 둘 다 일리가 있는데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쇼핑몰이 더 설득력있다. 미술관이나 음악당보다 정기적으로 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출과 관음증이 순화되고 부드러워지고 무엇보다 문명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무대가 바로 거리다. 그러나 극장에서 배우가 공연을 하고 이를 관객이 관람하는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즉 모두가 배우이고 관객이며 서로 간에 노출과 관찰이 일어나는 소통의 공간이 거리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시선의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사상자도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시선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짜이는 것이다. [268p]

이 책의 좀 더 작은 주제는 거리(가로)에 대한 주장이다. 도시의 거리가 실핏줄이라는 식의 식상한 비유는 전혀 없지만, 여하간 거리에 사람이 걸어다니도록 해야만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거리는 도시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인프라이다. 그 거리를 가꾸고 즐기는 것이 도시의 첫번째 과제이다. [269p]

끝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비판을 많이 받았던 두 건축물(광화문 트윈트리타워, 동대문 DDP)에 대해 대단히 호의적으로 썼다는거다. 이 두 호의적인 평가가 책의 시작과 끝에 배치되어 있다. 어쩌면, 이 책은 두 건축물을 칭찬하기 위한 논리전개로 다른 건축물의 비판으로 가운데를 채운 듯한 느낌마저 든다.

책의 첫 시작에서 트윈트리타워를 칭찬하면서 나는 “응? 내가 생각했던 ‘한국의 건축비판’ 내용은 아닌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칭찬했던 논리로 다른 건축물을 비판한 후, 마지막 장에는 그 모든 비판을 모아서 ‘DDP가 왜 칭찬받아야 하는 도시건축물인가’의 논리로 사용한다. 뭐랄까, 이 책의 모든 비판은 DDP를 칭찬하기 위한 거름이라는 기분마저 들었다. 흥미로운 전개다.

이 두 건축물을 칭찬한 이유는 마냥 객관적인 느낌이 들진 않았다. 그래서, 이런 칭찬은 건축가 개인의 주관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이 건축물이 존재하게 되는 과정에 개입했거나 칭찬해야 하는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아님 말고.

DDP는 아직 안가봤는데, 이 책을 읽고 이해가 깊어졌으니 언젠가 가보면 더 구석구석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겠다.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

유자와 쓰요시 저 / 정세영

장밋빛 인생의 한 남자,
갑자기 400억 원의 빚을 지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는 대기업에 다니며 장밋빛 인생을 누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부도 직전의 회사와 400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된 한 남자의 기록이다.

그는 ‘빚을 다 갚으려면 80년은 걸릴 것’이라는 은행의 선고를 받았지만 다시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16년간 분투한다. 지하철에 투신할 뻔한 사건, 회생의 조짐이 보이던 무렵 터진 광우병 사태, 노로바이러스 발생으로 신문에 보도된 사건, 신뢰하던 직원의 죽음, …

 

무척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아웃스탠딩이 소개해서 읽어봤다. 책은 두께에 비해 무척 빨리 읽혀서 하루가 되기 전에 다 읽을 수 있다. 문장 자체가 끝없이 다음 문장을 읽도록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책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절반 이후에 몰려 있다. 그 전에는 좌절과 답답했던 상황에 대한 서술의 연속이다.

책의 내용은, 내가 15년 전 즈음 읽었던 서두칠 CEO의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와 거의 미러링에 가까운 책이다. 두 책 모두 어느날 빚 밖에 없는 회사의 CEO가 되었는데 죽을 힘을 다해서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는게 골자인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참으로 비슷했다. 물론, 둘 다 대단한 살아있는 역사다.

나는 한 때 이런 책을 무척 즐겁게 읽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쓴, 턴어라운드를 만든 내용들 말이다. 그 중에서는 요즘 무한히 나쁜 평을 듣는 BBQ 사장의 책도 있었다. 한 때는 나도 이처럼 턴어라운드를 일구는 회사의 Executive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 매달 나가는 임대료만으로도 무척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을 체감한 이후로는 그런 일은 (평생)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이러다가는 언제까지고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바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처리함과 동시에 정말로 필요한 대처법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긴급 상황을 처리하는 ‘당면책’과 문제 발생 원인에 메스를 가하는 ‘근본책’을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 장소를 바꾸니 생각도 강제로 전환되어 꽤 효율적이었다. [117-118p]

장소에 따라 두 가지 생각을 바꿔갔다고 했다. 즉, 장소가 생각을 전환시키도록 했다는거다. 이런 일처리 방식은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나도 이제는 제 때 퇴근하고 집에서는 집필을 비롯한 다른 일을 하도록 강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아침에 카페로 출근했을 때 꽤 효율이 좋았다. 나는 너무나 산만한 사람이기에 좀 더 강제적인 규칙이 필요하다.

경험에서 오는 선입견 가운데 하나인데, 음식점 직원들은 고객이 예약 방법을 자세히 알고 있다고 단정 짓는다. 직원들은 아무래도 단골손님과 대화하는 일이 많다 보니 고객이 자신의 가게에 관해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139p]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앱 기획 회의를 하면 늘 세 가지 관점에서 충돌이 난다. 매니악 하게 쓰는 사람, 평범하게 쓰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기 때문에 세가지 관점을 모두 들으며 만들어야 하는데 이 가운에 밸런스 잘 잡는 기획이 성공한 것이렸다.

빈번한 이벤트 기획도 대처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141p]

저자는 로컬 음식점을 운영한다.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발현할까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왜냐하면 이벤트도 많이 알려져야 하는데 그 방법이 참으로 모호하거나 힘없을 때가 많다.

창업자는 회사를 자기 자식처럼 키워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정이 실리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명확한데도 ‘창업 1호점은 없앨 수 없다.’라든가 ‘이 직원은 이동시킬 수 없다.’와 같은 판단을 하게 된다. 반면 내 경우는 ‘자금난을 완벽히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이끌어낸 결론이었다. [150p]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배운 구절이 바로 위의 구절이다. 나 역시 서비스 개발에 과도한 애정을 쏟아서 감정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다. 고백하건데, 감정 덩어리의 판단만 한다. 그런 ‘지키는 마음’이 좀 더 장인에 가깝다고 생각해서(그래, 장인 코스프레다) 그랬던 것도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지킬 것은 지키고자 하는 일본 문화에서 이토록 냉정했다는건 놀랍다.

불만을 서로에게 쏟아내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 하지만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문제는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게 해소되었다. [157p]

조직 내에 불화가 있는가? 해결법은 단순하다. 장사가 잘되면 된다.

나는 우선 무언가를 인정해줌으로써 상대의 ‘마음의 컵’이 위로 향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렇게 하면 전하고 싶은 말이 순조롭게 컵 안으로 들어갔다. [159p]

위의 문장은 참 재미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의 컵을 위로 돌린 후에야 뭐든 말해야 한다. 물론 베스트는 항상 위를 향하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거다.

내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은 나 자신 [191p]

위의 문장은 부정적인 말을 고치고 늘 긍정적인 말을 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부정적인 문장을 쓸 때 늘 ‘말한 대로 이루어지니 긍정적인 말만 해야 한다’고 하셨다. 물론 어머니 말이니까 잔소리로 흘려 들었지만 위의 문장으로 보니 설득력있다.

“사장님은 결코 변하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 “아직 감사하다는 마음이 있을 때 그만두게 해주세요.” 그렇게 H는 떠나갔다. 더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 이상 회사에 있으면 나를 원망하게 되리라는 의미였다. [208-209p]

위 문장은 참 슬픈 말이다. 나는 사람이 안변한다는 말을 아직도 부정한다. 나는 사람은 아주 쉽게 변한다고 아직도 믿는다. 물론 그렇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있어야 좀 더 기대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해 단정짓기도 싫고, 나는 늘 사람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싶다.

정신적인 풍요란 일을 통해 성장하면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점에서는 중소기업이 월등히 유리하다. (…)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되지 못한 회사’가 아니다. 나는 사회의 한 모퉁이를 밝히는 것이 중소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분야로 특화해간다’고 바꿔 말해도 좋다. 작은 시작에서 특정 분야로 특화한 기업은 강하다. [213-215p]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늘 중소기업이 열등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나는 여전히 둘은 다르고 중소기업은 무척 강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다. 반대로, 대부분의 대기업은 애초에 대기업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지극히 마이너 주의자인 것도 있지만, 내일 죽는다면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게 더 재미있는 삶일거다.

지역 손님에게 압도적인 상품 가치를 제공한다. [220p]

위의 문장이 내가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목표를 함축하고 있다. 압도적인 상품가치. 결국은 그것이다.

상황에 조종당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주체적으로 사는 것, 그것이 길을 개척한다. [241p]

내가 대부분 선택하는 삶 보다는 부르는대로 가는 삶을 살긴 했다. 실제로 부르는 곳이 다 좋은 곳이었고 후회도 없었다. 이제 직업 생활도 얼마 안남았는데, 선택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저 / 정문주

아마존 일본 사회·정치,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부패와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
일본 변방 가쓰야마의 작은 시골빵집 다루마리에서 일어난 소리없는 경제혁명

전세계적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사회주의보다 우월한 체제로 인식되었던 자본주의가 자본의 불평등과 불공정성의 면모를 급격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계 지식인들 사이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한 변방의 작…

 

요즘은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보다 읽고 싶은 책을 사려다가 눈에 띄어서 같이 산 책이 더 재미있다. 이 책도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과 함께 샀던 거다. 원래 사려던 책은 이토록 멋진 마을이다.

우리 집 앞에 맛있는 빵집이 있는데 그래서인가 더 재미있게 읽혔다. 더불어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점에서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효모균을 낡은 집에서 직접 배양(!)해서 빵을 굽는 사람의 이야기다. 꽤 시골에 있는 것 같아서 일본에 가더라도 직접 가볼 기회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만큼은 확실히 든다.

어쩌면 이 책은 내가 그리던 모습게 아깝지 않을까 한다. 작지만, 먹고 사는데 지장없고, 지역 경제만으로 반자급자족적인 사업을 하고 있고, 사업의 확장 욕구도 별로 없고, 소품종만 만들면서도 그 소품종에 대한 고도화를 꾸준히 한다.

비싸다고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싸게 산 만큼 그 대가는 우리가 치러야 할 몫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195p]

나는 위의 문장에 동의한다. 수 년전부터 유행하는 ‘착한 가격’이라는게 마음에 안들었다. 저렴한 횟집, 무한횟집 등등 그저 제 값 주고 좋은 것을 먹고 만족하고 싶다.

상품과 노동력의 교환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다. 기술자는 기술과 감성을 연마하여 노동력의 교환가치를 높게 유지하면 된다. (…) 그렇게 상품 하나하나를 정성껏 만들고 상품의 교환가치를 높게 유지해야 소상인이 소상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상품을 정성껏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다. (…)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정중하고 공손하게 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이유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195-196p]

사는데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한가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이다. 나는 과거엔 월 10만원 정도만 여유자금이 있으면 불편함이 없었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샀다. 요즘은 월 50만원이면 만족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10만원이었던 내가 50만원을 바라는 것은 욕심인가? 50만원을 생각했다가 100만원이 되면 욕심인가? 어느 선이 적당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차별화하려고 만든 물건에도 크게 의미 있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개성이라는 것은 억지로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원래 가진 인간성의 차이가 기술과 감성의 차이, 발상의 차이로 이어질 때 나타나는 것이며, 필연적인 결과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210p]

위 문장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건진 가장 값진 문장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무엇이 다른 것인가? 개성있는 제품이란 무엇인가?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IT 분야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자신이 만드는 것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진정 ‘개성있는 결과’를 만드는가? 오랫동안 생각해 볼 일이다.

생활 속에 일이 있고, 일 속에 생활이 있는 나날이다. 궁목수인 오가와 미쓰오 씨가 “장인은 월급쟁이가 아니니 생활이 삶이고 삶이 직업이다.”라고 한 것처럼 우리도 삶 그 자체가 직업이다. [223p]

위 문장은 너무 나를 뜨겁게 만드는 멋진 문장이지만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사실 이해는 했는데 이를 동료와 이 분야에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동료들과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고 주장할 수도 없다. 솔선수범을 보인다고 스며들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빵에 대해 더 파고들고 기술력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빵만 보이고 세상이 안보이게 되면 어던 빵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224p]

기술자도 마찬가지다. 나도 조금 골방개발자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점에 대한 여유로운 고찰이 필요하다.

돈을 미래를 선택하는 투표권. 돈을 쓰는 방식이야말로 사회를 만든다. [232p]

위 문장은 참 멋진 말이다. 올바른 제품, 정직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사용해야 사회가 건강해지지, 베끼거나 기만해서 많이 팔리는 제품이 잘되면 안된다. 근래 오뚜기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고 있는데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신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책의 뒤에 집중되어있다. 그러니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으면 얻을게 참 많은 책이다.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

정대인

“에펠탑은 곧 붕괴되어 파리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1889년, 소문과 논란의 건축물이었던 에펠탑은 어떻게 인류의 영원한 동경을 받는 낭만의 건축물이 되었는가?
랜드마크 증후군에 걸린 이 시대를 사유하는 에펠탑 인문학적 해부도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파리 만국박람회 자리에서 국력을 과시하고 이익을 취하고자 철저히 사업적으로 계획된 건축물이었다. 건설 당시에는 온갖 루머와 비난에 몸살을 앓았고, 완공 후에도 언제든 철거될 수 있는 시한부 목숨이었다. 식민지 건설로 벌어들인…

 

손에 잡으면 놓기 싫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 있다. 내일 죽는다면 이 책을 다 못읽은걸 후회할 것 같아서 골아떨어질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 있다.

동네 서점에 가서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집어든 책이다. 원래 사려던 책은 결국 못찾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책은, 에펠탑에 대한 책이다. 그게 다다. 에펠탑의 역사부터 오늘날 아이콘이 된 이유까지 건축학자가 역사학, 미학, 건축학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관점으로 바라본 책이다.

“에펠탑이 전 세계에서 복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유명세가 아닐까요? 하지만 복사품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원조 에펠탑을 방문하고 싶어합니다. 에펠탑은 끊임없이 모방되고 복제되고 재창조되지만 그 무엇도 에펠탑에 필적할 수 없죠. 왜냐하면 우리의 에펠탑에는 그 어떠한 복제품에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에펠탑이 파리에 있다는 점이죠.” [11p]

정신을 차리고 나니 과연 무엇 때문에 인류는 100년이 훌쩍 니자도록 이 철골 덩어리에 그토록 큰 애정을 쏟아부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160p]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무언가 세대를 거쳐서 쓰이는 것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거다. 건축에 대한 나의 경외심은 그 아쉬움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나는 건축가가 쓴 글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는 편견도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글을 멋있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보다 사랑받고 철학을 나누는 직업이 될거라 생각한다.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읽는데 오래 걸린 ‘착한 수학’ 독서를 마친 후 집어든 책. 이 책은 김헌기 님의 일기에서 보고 메모해뒀다가 산 책이었다.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250페이지에 가깝지만 사실은 12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다. 왜냐하면 모든 페이지가 좌측은 텍스트, 우측 전체는 삽화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지가 매우 빨리 넘어간다. 읽는데 출퇴근 4번이면 다 읽는다.

이미 훌륭한 책이라는 평이 많은지라 내가 이 책에 대해서 어떻다고 말할 여지는 없겠다만, 아쉬운 점은 번역이 그리 매끄럽지 않다는거다. 그래서 전하려는 말보다 문장 그 자체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서점에서 훑어볼 때는 몇몇 페이지가 내 눈에 쏙 들어왔는데 전체를 읽을 땐 그리 단단한 구성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 책이 원래 발표 슬라이드를 정리해서 몇 일만에 에세이 형식으로 후다닥 써낸 것이 우연찮게 유명해진거라고 했다. 겸손한 표현이겠지만 실제로 그런 대강의 속도감이 느껴지기도 하다.

크리스 크로퍼드에 따르면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목표를 저지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에 한정된 엔터테인먼트의 한 종류다. 시드 마이어는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유명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앤드루 롤링스와 어니스트 애덤스는 ‘가상 환경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으로 가볍게 연결된 도전의 연속’이라고 하였다. ‘케이트 살렌과 에릭 짐머만은 <놀이의 규칙>에서 ‘플레이어들이 규칙이 정해진 인공적인 갈등에 참여하여 측정 가능한 결과물을 내는 시스템’이라고 하였다. [34p]

위는 게임의 정의에 대한 레퍼런스들이다.

…뇌가 새로운 경험을 갈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뇌는 보통 새로운 데이터를 갈망한다. 새로운 데이터만이 패턴을 갱신하는 데 필요한 전부다. [62p]

플레이어의 표정으로 나타나는 감정을 네 가지, 즉 어려운 재미, 쉬운 재미, 상태 변화, 사람 요소로 분류했다.(역주: 상태 변화는 게임에 성공하고 실력이 늘 때 느끼는 재미, 사람 요소는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하며 느끼는 재미를 가리킨다) [110p]

샤덴프로이데(고소함), 피에로(우쭐함), 나체스(흐믓함), 크벨(뿌듯함), 사회적 행동 [112p]

창작자의 소명은 이런 사람들에게 변화에 적응할 도구를 제공하여 세상이 바뀌고, 문화적 변화의 조류가 휘몰아칠 때 안락 의자에서 나와 인류가 계속 진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18p]

나는 우리 서비스에 게임성을 조금씩 넣으려고 하고 있고 이 책에서 얻은 몇가지는 좋은 영감을 주었다.